이더리움 공동 창립자인 비탈릭 부테린은 다시 한 번 장기적인 관점에서 생각하고 있으며, 이번에는 꽤 급진적인 제안을 하고 있습니다. 바로 이더리움의 핵심 실행 엔진인 EVM(Ethereum Virtual Machine)을 오픈 소스 프로세서 아키텍처인 RISC-V로 대체하자는 것입니다.

이더리움 매지션스 포럼(Ethereum Magicians Forum)에 새로 올린 글에서, 부테린은 왜 이러한 전환이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는지를 설명했습니다. 그는 실행 레이어, 즉 이더리움에서 스마트 계약을 실행하는 부분이 네트워크 확장의 가장 큰 병목 현상 중 하나라고 믿고 있습니다. 그리고 이를 해결할 유일한 방법은?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입니다.

하지만 모든 것을 없애자는 얘기는 아닙니다. 현재 개발자들이 사용하는 기본적인 스마트 계약 기능들 — 계정, 저장소, 계약 간 호출 등 — 은 그대로 유지될 것입니다.

진짜 변화는 내부 구조에서 일어납니다. 예를 들어, SLOAD나 CALL 같은 오프코드(opcode)는 RISC-V 시스템에서는 시스템 호출(syscall)로 바뀌게 됩니다. 그리고 Solidity나 Vyper 코드도 더 이상 EVM 바이트코드로 컴파일되지 않고, RISC-V로 직접 컴파일되게 될 것입니다.

그렇다면 왜 RISC-V일까요? 그 이유는 제로 지식 증명(Zero-Knowledge, ZK) 증명자 — 이더리움 확장을 위해 사용되는 암호화 도구들 — 가 현재도 결국 EVM을 RISC-V로 변환해 시뮬레이션해야 하기 때문입니다.

부테린은 모든 것을 EVM을 통해 우회하지 않고, 개발자들이 RISC-V에 직접 접근할 수 있게 하면 불필요한 복잡성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. 어떤 경우에는 이 방식이 기존보다 100배 이상 효율적일 수 있다고 합니다.

가장 좋은 점은, 기존 시스템이 전혀 깨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. 현재 존재하는 모든 EVM 스마트 계약은 그대로 작동하며, 새로운 RISC-V 기반 계약과도 상호 작용이 가능합니다. 그리고 개발자들이 Solidity를 포기할 필요도 없습니다 — 내부적으로 도구들이 그에 맞게 조정되기만 하면 됩니다.

이러한 전환을 실제로 구현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몇 가지 아이디어가 있습니다. 하나는 EVM과 RISC-V 기반 계약을 동시에 지원하는 것이고, 또 다른 방법은 기존 EVM 계약들을 RISC-V 기반 인터프리터를 통해 실행하여 새로운 시스템에서도 문제 없이 작동하게 하는 것입니다. 세 번째 아이디어는 가상 머신 인터프리터를 이더리움 프로토콜의 핵심 요소로 만드는 것으로, 향후 개발자들이 Move와 같은 다른 가상 머신도 사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을 의미합니다.

부테린은 또한 Nervos와 Polkadot 같은 프로젝트들이 이미 RISC-V를 실험 중이라는 점도 언급했습니다. 이더리움의 경우 훨씬 더 큰 도약이 되겠지만, 특히 시간이 지나며 점점 복잡해진 실행 레이어를 단순화하는 데 있어 그 혜택은 막대할 수 있습니다.

물론 RISC-V에 대한 이러한 구상은 매우 장기적인 비전이지만, 이더리움의 다음 주요 업그레이드인 Pectra는 훨씬 가까운 미래입니다 — 5월 7일에 출시될 예정이며, 롤업 확장성, 사용자 경험, 검증자 스테이킹 한도 등에 초점을 맞출 것입니다.

하지만 시간이 지나 부테린의 비전이 실현된다면, 이더리움은 완전히 새로운 가상 머신 위에서 구동될지도 모릅니다 — 미래를 위한 가상 머신 말이죠.